생쥐의 셀카, 우리의 자화상
멈추지 않는 쥐들의 셀카본능
- 2024-01-23
Augustin Lignier / Augustin the Rat
파리의 전문 사진작가 오귀스탱 리그니에는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한 가지 심오한 주제를 두고 고민을 해왔었다. 현대 사회에서 사진 찍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사진으로 찍고, 모두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일에 중독되어 있는가.
딱히 참신한 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그니에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안한 실험만큼은 놀랍도록 새로웠다. 생쥐 전용의 셀카 부스라니.
이 셀카 부스는 쥐의 학습 과정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행동주의학 박사 B. F. 스키너의 논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스키너의 논문에 나온 스키너 상자를 본 땄는데, 스키너 상자는 쥐가 버튼을 누르면 사료가 튀어나오는 구조의 장비이다.
스키너 상자는 심리학 계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 장비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음식, 약물, 또는 뇌에 직접 꽂은 전극에 중독된 쥐들이 버튼을 미친듯이 연타하는 과정을 보며 연구하곤 했다.
리그니에 역시 독자적인 스키너 상자를 고안했다. 카메라를 설치한 투명한 상자에 쥐 두 마리를 풀어놓았다. 쥐가 상자 안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 찍히고, 찍힌 사진이 스크린에 띄워지고, 설탕이 지급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쥐들이 사진이란 걸 이해하진 못한 듯 하다”고 리그니에가 고백했다.)
우리의 생쥐 형제는 단숨에 셀카 전문가가 되었다. 이 똑똑한 쥐들은 버튼을 누르면 설탕이 나오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열정적으로 버튼을 눌러댔다. 리그니에는 두 쥐 중 더 똘똘한 흰 쥐는 자신의 이름을 본따 오귀스탱이라 불렀고, 갈색 쥐는 형 이름을 따 아서라고 불렀다.
버튼-설탕 단계의 훈련이 끝나고, 리그니에는 보상에 예측불가능성을 추가했다. 버튼을 누르면 사진은 찍히지만 설탕은 어쩌다 가끔 나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슬롯머신과 도박의 중독 메커니즘이다.
실제로 오귀스탱과 아서는 끝없이 셀카를 찍었다. 하물며 설탕이 이미 나왔는데도 계속 버튼을 눌러대기도 했다.
리그니에는 이 실험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디지털 세계와 소셜 미디어 업계는 사용자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한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두고 “현대인을 위한 스키너 상자“라고 표현해왔다. 주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보상 (좋아요, 팔로우, 섹시한 이성의 관심) 을 제공하면서 우리를 핸드폰 앞에 붙들어 놓는다.
또는 버튼을 누르는 행위 자체가 보상이 되는 것일 수 있다. 2014년 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혼자 가만히 멍 때리는 것 보단 차라리 스스로에게 약한 전기자극이라도 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색에 잠기는 것 보다는 눈 앞의 무언가, 하물며 그 무언가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더라도 그 무언가를 자극하는 걸 더 선호하는 것이다.
고요하고 멍 하게 있는 일이 가장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또 바로 이 기사 같은 것이다. “어휴 귀엽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생쥐 셀카가 눈 앞에 펼쳐지듯, 재밌는 인스타그램 사진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눈 감고 명상하는 일이 가능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