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체, 외국인 수장을 갖게 되는가
US스틸이 일본제철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해 파장
- 2024-01-13
Alex Potemkin / Getty Images
만약 미국 산업이란 분야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US스틸 만을 위한 별도의 건물이 필요하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체를 통틀어 최고의 자리에 있던 US스틸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뉴욕의 고층빌딩, 전쟁터의 비행기, 태평양의 선박에 들어가는 모든 강철을 공급하며, 20세기 경제 호황을 이끈 최고의 리더였다.
비록 지금에 와서 그 독점적 지배력은 사라졌지만, 모든 미국인들의 가슴 깊이 남아있었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지난 12월 US스틸의 일본제철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의 매각결정에 대한 불타는 여론이다. 기업 투자자들을 제외한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는 바로 그 인수합병 말이다.
- US스틸의 모든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USW(전미철강노동조합)는 이번 결정에 대해 아무 사전통보가 없었다며, 노동 계약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 공화당과 민주당을 초월한 양 측 모든 상원의원들의 반대도 극심하다. 민주당 상원의원 존 페터만과 공화당 상원의원 J.D. 밴스를 비롯한 여러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에 성명서를 보내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무효를 촉구했다. 철강 산업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미국인의 일자리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실질적 안보에 직접 영향을 끼쳐 필수 공급망이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 국가경제고문인 라엘 브라이드너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수합병의 최종 결정권자는 자넷 옐런 재무부장관이 이끄는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이며, 현재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이 사태와 반대 여론이 단순한 편견, 혹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여론공작이라며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협상 반대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일본제철이 US스틸 본사를 피츠버그에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노조와의 계약도 존중할 것이라 확언했음에도 노조에서는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
- 노조측은 이 끔찍한 일본 재벌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을 유지하거나 퇴직 연금을 유지하겠다는 명시적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 알라바마의 다른 일본 재벌의 합작회사가 노조에 보인 적대적 반응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일본제철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중공업 부흥은 이번 대선에 가장 중요하고도 치열한 테마 중 하나다. 비록 미국 철강 산업이 중국, 일본, 인도에 밀린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처럼 정치적 중립 주들은 여전히 철강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일본이 믿음직한 동맹국이긴 하지만, 분쟁이 발발한다면 즉각 각자가 자국을 위해 자원 비축을 시작할 것이며, 미국을 위한 군사용 철강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다.
두려움 그 자체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반면 많은 투자기관은 US스틸이 여전히 미국에서 운영될 것이며, 외부자금 수혈을 통해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장된 우려를 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상업부장관이었던 윌버 로스는 이러한 반대 여론을 “외국인 혐오”라고 비난했다. 얼마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직접 기고문을 올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US스틸의 신용도를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미국 철강산업 전체의 이득으로 돌아올 기회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금속공학 박사인 브루스 크레이그 역시 기고문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기술”을 갖춘 일본 기업에 인수된 US 스틸이 더 많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이번 인수를 통해, 앞으로 철강 수요가 더욱 증가할 거대한 미국 철강시장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리란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정치 분석가들은 일본에겐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철강 산업에 사보타주를 가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공급망연구소의 브래들리 마틴은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인터뷰했다. 외교 분석가들은 미일 양국이 대중 무역 분쟁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에서, 이번 인수합병 협상이 미일관계에 자칫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가 대선 이후인 2025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보았다. CFIUS 출신 관계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고용 보장 등의 추가 조건을 설정해야 할 수는 있지만 합병 자체가 막히진 않을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