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학으로 다시 피워낸 꽃의 생명의 나무
9,500 종 이상의 꽃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만들어낸 진화 계통수
- 2024-04-24
30만 종이 넘는 꽃 중에 하나, 라파초 나무 / Roberto Tetsuo Okamura / Shutterstock
영국의 식물학자들이 9500여 종의 유전자 정보를 취합하여 꽃 식물 간의 진화 관계를 하나로 엮어냈다. 새로 작성된 계통수는 차후 꽃 식물의 기원을 규명하고 미래의 보존 노력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육지에 서식하는 식물의 약 90%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이를 속씨식물이라고 한다. 속씨식물은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등 지구의 환경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인류 채소 식단의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실상 속씨식물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국 왕립 큐 가든의 윌리엄 베이커 박사가 강변했다.
베이커 박사 연구팀은 8년에 걸쳐 모든 식물과 균류의 진화적 관계를 설명하는 계통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연구진은 일단 꽃 식물부터 시작해 모든 속씨식물의 핵에서 찾을 수 있는 353 가지 특정 유전자를 색출하기 위한 특수 프로브를 설계했다.
“세포핵 유전자는 어마어마하게 방대합니다.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 세트에 집중해야 하죠.”
지금까지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공공 데이터베이스 표본을 활용해 총 9,506 개의 꽃식물 유전자를 시퀀싱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속씨식물 과의 13,400 여 속 중 8,000 종에 해당한다. 사용된 표본 중에는 모래개미자리(Arenaria globiflora)와 같은 200년도 더 된 것과, 과달루페 올리브(Hesperelaea palmeri)같은 멸종된 표본도 있다.
연구진은 각 꽃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의 유사성을 비교하여 이들의 계통과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류가 진행한 속씨식물 연구 중 가장 포괄적인 연구라고 한다.
“우리는 종종 이를 원소 주기율표에 비유합니다. 이 계통수, 생명의 나무가 바로 생명의 기반인 셈이죠.”
속씨식물 계통수 / 왕립 큐 가든
약 1억 4천만 년 전에 처음 지구 상에 출현한 속씨식물은 급속도로 빠르게 번성해 꽃이 없는 겉씨식물을 제치고 이 세상의 지배 식물이 되었다. 어떠한 진화적 흔적없이 갑작스레 다양한 상태로 나타나버린 꽃식물은 지난 몇 세기 동안 과학자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찰스 다윈조차 이를 두고 “성질 긁는 미스테리”라고 불렀다.
이번에 발표된 계통수는 오늘날 현존하는 주요 꽃식물의 80%는 극초기부터 존재한 계통의 후예임을 확인시켜준다.
“‘성질 긁는 미스테리’를 풀었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두 눈으로 확인은 할 수 있게 되었죠.”
계통수를 보면 4천만 년 전에 발생한 또 다른 다양성 급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지구의 기온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큐 가든 연구원 일리아 리치 박사는 이번에 발표한 계통수를 잘 활용하면 신약 개발을 위한 유효 식물을 찾는 것은 물론 신규 종자를 식별하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종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시시피 주립대 라이언 포크 박사 역시 이번 연구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최신의, 가장 훌륭한 진화적 프레임워크입니다. 꽃식물이 지구를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Phylogenomics and the rise of the angiosperms
Original Article Link
Huge genetic study redraws the tree of life for flowering plants